지금 북한은 빨리 남북교류를 활성화하자고 주장한다. 자기들 사는 모습을 다 보여줄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명박 정권은 남북교류에 냉담하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반북단체들의 나팔소리 안에 계속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가? 남북교류가 전면화되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다...

 

북한 화폐개혁 어떻게 보아야 하나

 

한국민권연구소 곽동기 상임연구원

 

북한경제에 대한 평가가 분분한 지금, 그 논란의 중심에는 북한의 화폐개혁이 있다. 작년 11월 30일에 단행된 북한의 화폐개혁을 둘러싼 논란에는 크게 보았을 때 성공과 실패라는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화폐개혁을 둘러싼 논쟁

화폐개혁이 성공이라는 견해는 대표적으로 지영일 일본 조선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소장을 들 수 있다. 지영일 소장은 3월 3일 “조선신보”에서 이번 북한의 화폐개혁은 국가공급체계의 물질적 기초가 마련되었다는 북한 당국의 판단이 전제돼 시행된 것으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향상에 직결된 변화들을 낳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화폐개혁도 모름지기 “개혁”의 일종인만큼 소(小)시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혼란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일부의 혼란도 전반적 측면에서 경제의 정상화로 나아가는 과정인 바 일부의 혼란만을 가지고 전체제도의 성패를 재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북한경제를 국가전반적 차원에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살펴볼 때 이번 화폐개혁은 화폐구매력을 일정 수준으로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북한경제를 발전시키는 긍정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화폐개혁이 실패하였다는 주장은 “열린북한방송”을 비롯한 반북단체들이 주도하고 이명박 정권의 대북연구집단과 보수언론들이 합세하는 양상이다. 이들은 북한의 종합적 경제지표보다 반북단체들의 이른바 “대북소식통”에 의거하면서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한 현재적 시점의 미시적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실패론자들은 이번 화폐개혁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되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정보는 배재한 채 화폐개혁의 혜택과 거리가 먼 일부 국경지역 상인들에 관한 소식에 일방적으로 의존한다.

실패론의 조급성

화폐개혁 성공론과 실패론은 북한경제를 분석할 때 중시하는 요소가 완전히 다르다. 성공론은 국가의 전반경제에 주목하는데 반해 실패론은 일부 상업계층의 혼란에 주목한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북한은 상품의 유통이 경제주체들의 상업행위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자본주의 경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생산과 분배가 중심이 되는 사회주의 경제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북소식통”들의 주장대로, 북한에서 상업의 혼란이 설령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 영향력은 자본주의 사회보다 훨씬 미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화폐개혁 실패론자들은 북한 국경지역의 가격혼란 정보를 가지고 북한의 상품유통이 완전히 마비된 것처럼 과대포장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체제의 차이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추론이다. 북한의 상품유통 기본방식은 “시장거래”가 아니라 “배급”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북한이 한 해 동안 생산한다는 500만톤 내외의 식량이 북한의 소규모 장마당을 통해 모두 다 유통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시장거래” 자체에도 실패론자들의 주장에는 억측요소가 다분하다. 실패론자들이 즐겨 차용하는 “대북소식통”들의 정보에 의존한다 하더라도 북한주민들이 이른바 식량을 구할 수 없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이른바 “대북소식통”들은 2009년 말 ㎏당 20원이던 쌀가격이 1월말 600원 대로 올랐으며 최근에는 1000원까지 올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지역에서 물가상승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화폐개혁 당시 북한주민들의 임금이 100배 올랐다는 점은 다분히 외면하고 있다. 화폐개혁 당시 구권과 신권의 교환비율은 100 : 1 로 규정하였지만 임금은 화폐개혁 전 수준을 유지한다고 밝혔던 것이다.

노동자의 구매력은 100배 상승

반북단체들의 “대북소식통”들의 주장을 눈을 씻고 보아도 가격이 오른다는 주장만 난무할 뿐 북한이 “임금을 지불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보이지 않는다. 즉 북한에서 화폐개혁 이후 상승된 임금은 정상적으로 계속 지급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물론 “대북소식통”들의 주장대로 쌀 가격이 50배가 올랐다면 그것은 심각한 물가상승일 수 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노동자 임금은 100배가 올라있기 때문에 구매력은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2배로 뛰어올라 있다.

쉽게 말해 지금 한국시장에서 쌀값이 포대당 8만원에서 400만원으로 50배가 증가하면 엄청난 물가상승 - 초인플레이션 - 으로 인식되지만 동시에 한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월 200만원에서 월 2억원으로 늘어났다면 노동자들이 단지 쌀값이 400만원한다고 쌀을 못 살리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쌀값이 올랐다고 해서 월수입 2억원의 부유층들이 끼니를 굶을 리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러한 상황을 외면한 채 식량가격이 올라 주민들이 굶주리고 북한 체제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은 그 한심한 정보들의 신빙성이 심각하게 의문시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남측의 북한 전문연구원들 가운데서도 화폐개혁에 대한 평가유보론이 대두하고 있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2월 23일, 북한 화폐개혁 이후 보도되는 북한의 경제상황에 대해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초기 단계에서 혼란이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은데 시작한 지 3개월이 채 안된 시점에서 실패냐 성공이냐 단정짓는 것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화폐개혁이라는 것은 어느 국가든 큰 충격을 주는 것”이라며 “계획경제든, 시장경제든 그 충격을 감안할 때 지금 북한에서 나타나는 일정 정도의 혼란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화폐개혁 성공론자들이 중시하는 국가적 관점, 중장기적 관점에서 분다면 이번 화폐개혁에 대한 평가를 미룰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의 역할을 무시한 실패론

실패론에는 또한 “북한이 화폐개혁을 왜 단행하였는가.”에 대한 논거가 전혀 제시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볼 때 주민생활에 피해가 가중되는 화폐개혁을 구태여 국가가 나서서 주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생산의 무정부성을 피할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정부가 개별 기업의 생산지표를 조절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각 경제지표에 대한 예측불허가 존재하고 그 결과 국가의 경제시책에 대해 일정한 불확실성을 항상 내포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는 국가가 모든 경제지표를 규정, 통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권은 생산과 분배의 전 공정이 국가의 중앙계획에 의거하여 진행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경제와 크게 다르다. 북한의 경우만 예를 들더라도 각 기업소, 협동농장의 생산량은 각 단위의 행정일꾼과 기술실무진, 조선노동당의 당일꾼간의 3자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당이 생산전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즉 북한에서 북한경제의 종합적 실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단위는 바로 조선노동당이라 할 수 있다. 조선노동당이 별 다른 이유도 없이 화폐개혁을 단행하였다가 주민생활의 대혼란을 맞이하고 있다는 주장은 따지고 올라가면 북한의 통치능력은 매우 보잘 것 없다는 1970년대 반공만화의 유치한 논리전개와 궤를 같이한다.

북한이 화폐개혁을 단행한 이유

그렇다면 북한 조선노동당은 화폐개혁을 왜 단행하였는가?

그것은 조선노동당이 북한경제가 본격적인 상승세로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관련 소식이 끊이지 않는 것이 최근 북한동향의 특징이다.

들리는 소식만 보더라도 북한은 2009년에 주체철 생산체계를 완성하면서 독자적인 철강생산체계를 구축하였고 나진-선봉지역을 아우르는 나선시가 특별시로 승격되었다. 조선대풍투자그룹은 10년간 4000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하겠다고 선언하였다. 3월 6일에는 16년간 정상화를 이루지 못한 2.8 비날론연합기업소가 현대화된 설비를 갖추고 조업에 들어갔다.

주목할 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월 6일, 비날론연합기업소의 준공을 기념하는 10만 군중대회에 직접 참석하였다는 점이다. 군중대회 장소는 평양도 아니고 반북단체들이 식량난이 가장 심각하다고 목청을 높이는 함경남도 함흥시였다. 평양과 달리 함흥시는 도시규모가 작기 때문에 북한으로써는 고급당일군들로 10만명을 동원할 수도 없다. 결국 함흥시 10만 군중대회의 참가자는 일반 함흥시민들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반북단체들의 주장처럼 북한지역 내에 상품유통이 중단되어 조선노동당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고 주민폭동이 일어나는 상황이라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0만명의 불특정 군중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는 모습이 설명되지 않는다. 텔레비전에 보도된 모습은 만세를 외치며 눈물을 흘리며 환호하는 북한주민들의 모습만 존재할 뿐이다. 이들 10만 군중이 눈물 속에 만세를 외치는 것이 식량공급이 끊기고 아사자가 속출하기 때문이겠는가 아니면 임금이 100배로 올라 노동자들의 전반 구매력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겠는가.

결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경제 상승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북한의 일반주민들도 그러한 전망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경제는 대북인식의 전환을 낳을 것

상황이 이러하지만 앞으로도 북한경제에 대한 논란은 현실과 동떨어진 수준에서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왜냐하면 남북정상회담이 일반화되는 오늘날, 남북한의 경제격차야말로 한국국민들에게 있어 남북통일을 가장 크게 가로막는 심리정서이기 때문이다. 통일운동이 폭발적으로 전개되지 못하는 정황도 국가보안법의 존재도 있겠지만 주되게는 우리 국민들의 인식 속에 한민족으로써의 동질감과 함께 남북의 경제격차라는 이중적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대북우월의식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도 대다수는 경제생활의 격차를 두고 우월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경제가 발전한다는 소식이 줄을 잇게 되면 한국국민들의 대북인식 자체가 전환하게 된다.

통일을 반대하는 반통일세력에게 이러한 현상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비상사태와 같다. 북한경제가 발전한다면 북한이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는 그들의 주장이 핵심고리부터 무너지는 것으로 되기 때문이다.

반통일세력은 북한경제에 대한 소식이 들려올수록 반북공세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이미 그들은 현대화된 평양의 최근 모습이 방송매체를 통해 보도되자 슬그머니 북한은 빈부격차가 심해 평양과 지방의 경제수준이 크게 차이난다고 논점을 옮기기 시작하고 있다. 평양이 발전하고 있지만 그 어느 산골에서는 여전히 주민들이 굶어죽고 있을 것이라는 검증 불가능한 주장을 고집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크게 엇갈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북인식의 양단은 전면적인 남북교류를 통해 결판날 수밖에 없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고, 6.15 공동선언이 전면화되고 남북교류가 활성화되어 국민들이 북한에 직접 한번 가보면 북한의 현실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북한은 빨리 남북교류를 활성화하자고 주장한다. 자기들 사는 모습을 다 보여줄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명박 정권은 남북교류에 냉담하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반북단체들의 나팔소리 안에 계속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가? 남북교류가 전면화되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다.